해마다 오늘이면 가슴에 이는 분노 몸은 늙어만 가는데
기억은 오히려 새로워만 지누나
아 - 그날의 격전이여! 평화스런 이 강산을 피로 물들인 붉은 이리떼들의 준동이어라
다부동의 유학산아 다시보니 반갑다만 삼십육년 긴 세월에 그 참상을 잊었는가
너는 조국을 구하였고 나는 너를 구했으니 나라 위한 충절에는 너와 내가 같다마는 인명이 유한하니 후세사를 모르겠네
천년세월 후에라도 그 진상을 전해주소
가산골에 우뚝선 길이 빛날 전적관아 웅장한 그 위용에 만감이 서리네
얼마나 쓰렸던가 작전상 후퇴 얼마나 흘렸던가 비분의 눈물
이 나라 이 겨례의 역사적인 그 순간 처절한 격전지요 반격의 보루
애절한 당신의 외마디 비명이 석양천 하늘에 메아리 치네
전우의 가슴마다 응어리지네
우리는 날개 돋힌 사자가 되어 겁 없이 날뛰는 이리떼들을 좌충우돌 섬멸하였소
유학산정 휘날리는 한 많은 태극깃발 얼마만의 승리며 얼마만의 감격인가
송악산의 맺힌 원한 유학산에 머물렀고 임진강에 뿌린 눈물 낙동강에 여울지네
얼싸안은 전우들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소리 없는 눈물 속에 진동하는 만세 소리
조국에 바친 성스러운 희생들이여 겨레에 바친 고귀한 넋이여
오늘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왔건만
용감하던 그대 모습 찾을 길 없고 애달프도다 산새들의 진혼곡 속에 핏빛의 패랭이꽃 홀로 피었네
호국성봉 유학산아 만고역전 전적관아 애끓는 통일성업 이루지는 못했다만
육이오가 무어냐고 후세들이 묻는다면 어리석은 남침야욕 승공으로 분쇄하고
백척간두 위기에서 조국수호 이러했다
떳떳하게 일러 주어 국가관을 심어주소